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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I 칼럼

 

제헌절에 국민주권을 생각하다

 

 

이흥용 (KPI 연구위원, 건국대 교수)

 


  

국민주권이란 무엇인가?

2010년 7월 17일은 대한민국 헌법이 제정, 공포된지 62주년 되는 날이다.  대한민국의 헌법이 여러 차례 바뀌었지만, 국민주권의 원리는 변함없이 지속되었다.  한국전쟁, 권위주의 정권 아래서의 근대화와 경제적 압축 성장, 민주화를 위한 국민저항 등 해방 이후 파란만장한 헌정사를 거쳐 오면서도 불변의 헌법적 기본이념으로 국민주권의 원리는 확고하게 이어져왔다.  현행 헌법 제1조 제2항은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국가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고 명시하여 국민주권의 원리를 명확히 하고 있다.


국민주권이란 국민이 국가의 주인으로서 모든 국가권력의 정당성의 근거이며 최고의 배타적 이고 자율적인 권위와 권력의 주체임을 의미한다. 주권이란 라틴어 supuranus에서 기원하는 단어로 창조주 하나님의 성품과 권위, 즉 최고성과 절대성 및 자율성을 설명하는 신학적 개념이었다. 이 용어는 16-17세기 유럽에서 군주의 절대권력을 지칭하는 개념으로 사용되다가 18세기에 이르러 J.J.Reousseau의 국민주권사상으로 정립되었다.  정치이데올로기로서의 국민주권사상은 근대입헌주의 헌법질서의 기본원리가 된 이후 오늘날 자유민주국가의 확고한 기본원칙이다.


일제로 부터의 해방 직후 국민주권의 원리는 정치적인 관점에서는 선언적이고 규범적 관점에서는 명목적인 성격이 강했다.  서구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원리로 확립된 국민주권 원칙이 한국 국민이 경험적으로 쟁취한 정치 원리가 아니라 수입된 개념이었기 때문이었다.  국민이 주권자로서 주인의 권리, 즉 인권이 존중되고 보장되며 국가권력이 국민에 의해 형성되고 비판받으며 교체되는 실제적인 주인으로서 역할을 할 수 있기까지는 오랜 노력과 민주화 과정을 거쳐야만 했다.


우리나라 국민은 성숙한 주권자인가?

1948년 헌법이 국민주권을 규정하기 전까지 국가의 주인은 조선 시대의 국왕 또는 일제시대 외부 지배자였다. 국민은 한낱 통치의 인적 대상이요 국가권력의 객체에 불과하였다. 권리의 주체가 아니라 왕이나 식민 통치자에게 굴복하고 어진 정치만을 기대하며 따를 수밖에 없는 피동적인 피지배자에 불과하였다. 정권담당자를 비판하거나 저항 ․ 교체하는 것은 국민의 권리가 아니라 반역이었다. 


주인으로서의 경험이 전혀 없던 국민이 헌법제정과 더불어 드디어 대한민국의 주인으로 선포되었지만, 현실 세계에서는 국민이 주인으로 인정받지 못했었다. 건국 초기뿐만 아니라 권위주의 정권이 퇴장할 때까지 오랜 기간 동안 주권자인 국민은 주인으로 대우를 제대로 받지 못하였다.  권위주의 정권이 명목상 주인인 국민 위에 군림하였다.  민주화가 진행되면서 대한민국 국민이 주인으로 제대로 인정을 받게 되었다.


국민이 주인 대접을 받지 못하였다는 측면과 더불어 국민 또한 주인답지 못하게 행동했던 점도 많다.  국민이 통치자들에 의해 동원의 대상이 되었고, 선전선동의 객체로 이용당하거나 지역감정 및 반공주의 선전에 사로잡혀 휘둘리는 경우가 많았다.  주인은 모름지기 주인의식을 가지고 주인답게 행동하며 그 역할을 충분히 할 줄 알아야 주인으로서의 품위를 유지하고 권익을 누릴 수 있는 법이다. 주인이 주인답지 못하거나 똑똑하지 못하면 종들이 상전 노릇하며 주인을 오히려 홀대하는 것이 당연하지 않겠는가?


지난 세월 권위주의 통치를 극복하고 민주주의를 이루는 과정에서 민주의식과 주권자 의식도 놀랄 만큼 향상되었다.  지난 6 ․ 2 지방선거에서 나타난 국민들의 투표의식은 대표적인 예이다.  특정 정당의 지역정서에 기댄 패권과 몰표현상이 완화되었다. 무엇보다 천안함 사건을 다루고 처리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우회적이며 간접화법적인 선동이나 여론몰이가 주권자의 현명한 판단과 심판을 왜곡하거나 흔들 수 없음을 보여주었다.  1987년 KAL 폭파 사건이나 그 후 총풍사건 뒤에 나타난 투표 쏠림현상이 지난 지방선거에서는 천안함 사건의 후폭풍 속에서도 크게 나타나지 않았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민주주의 수준과 국가 정치작용의 품격을 생각해 볼 때 주권자 국민의 변화된 주인의식과 역량에 자위하고 만족하기에는 아직도 부족한 점이 많다. 한국 사회가 처한 현재 상황 뿐만 아니라 분단을 극복하고 통일을 이루어야할 미래상황을 염두에 둔 시대적 과제들을 생각해 볼 때 주권자 국민의 역사의식과 사회의식에 대해 걱정과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 민족이 분단된 채로 대립과 갈등의 질곡을 헤매고 있는 상황 속에서 지역감정을 비롯한 계층 간 이념의 골은 깊어져 정치구도의 기본 구조로 고착되어 가는 점과 사회갈등의 과잉성과 사회의 정치화 현상 등으로 말미암아 공감대적 가치지향의 통합능력이 취약한 점 등을 생각할 때 남북한 사이에 오랫동안 자리잡은 불신과 이질성을 극복하며 동화적 통합을 이루어 낼 수 있는 역량이 있는지 걱정된다. 이러한 자기 분열적 상황 속에서 분단의 평화적인 관리능력과 연속변량적인 남북한의 통합능력, 나아가 미래 통일한국의 안정된 관리유지 및 발전능력은 회의적이지 않을 수 없다.


더불어 지적하고 싶은 것은 우리 국민들의 생각 가운데는 이율배반적인 묘한 이중성이 있어 보인다. 독재를 반대하고 저항하면서도 의견수렴의 절차를 무시하는 강력한 지도자를 바란다. 세월이 흐른 현시점에도 박정희 리더쉽에 은근한 갈채를 보내며 그리워하곤 한다. 과장된 경제위기론이나 선진화론 등에 현혹되어 정권운용의 독단과 밀어붙이기식 정책추진을 은근히 지지하며 독재의 효율성에 빠져버리는 우를 범하곤 한다.  대화와 타협과 설득 보다는 신념과 확신의 지도자라며 독단의 리더쉽을 은근히 기대하는 것이다. 그 배면에는 인간사회 어디에나 다양한 견해가 존재하며 그 다양성의 사장질서 가운데 공존과 타협의 복잡성에 대한 이해부족과 소통의 절차과정을 중요시 하지 않고 압축 성장기와 같이 조급히 추진․결정하는 성급함과 미성숙이 함께 자리 잡고 있다. 


정당 간 차이점에 대한 국민들의 부정적 시각도 생각해 볼 문제다.  다양한 정당들이 서로 다른 이념과 정책을 갖고 서로 비판하고 대립하며 국민의 지지를 받기위해 경쟁하는 것은 지극히 정상적이고 바람직한 것임에도 국민 대다수는 이를 부정적으로 본다.  정당간의 정책 차이나 이념의 다름을 표현하고 비판하는 자세나 언어표현이 천박하거나 거칠어서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등의 정치행태에는 비판하는 것이 옳지만, 서로 다른 이념과 정책을 갖고 국민의 지지를 더 많이 받기 위해 토론과 비판을 치열하게 하는 것에는 오히려 장려하고 견인하여야 할 일이다.  국민을 위해 타협하며 공통분모를 찾아내지 못하면서 비방만 일삼는 정치력 부재는 비판의 대상이 되어야 하나, 정당이 다른 이념과 정책을 가지고 대립하며 경쟁하는 복수정당체제는 주인인 국민을 섬기기 위한 경쟁이기 때문에 부정적으로 보아서는 안된다.


국민주권의 확립을 다짐하자.   

국가권력을 담당한 자들이 국민을 위해 일하도록 견인하는 방법 가운데 가장 우선이 되는 것은 바로 현명하고 지혜로운 국민이 그들의 머리 꼭대기에 앉아 내려 보며 수를 읽는 것이다.  권력자의 오만함을 경계하는 국민의 엄중한 판단이 국가권력 담당자가 하인의 위치를 망각하지 않고 주인을 섬기도록 만든다. 주인이 매사 돌아가는 일거수 일투족을 손금보듯 알고 있을 뿐만 아니라 잘 못된 하인의 행위에 대하여 엄중히 꾸짖는데 하인이 주인을 속이거나 농락할 수 없는 이치와 같다. 그래서 한 나라의 민주주의 수준은 그 나라 국민의 주인의식 수준에 비례한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국민이 주인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여 국민주권의 기본이념을 국가생활 전반에 구체적으로 실천하는 방안이 몇 가지 있다.  첫째, 주인의식을 갖는다면 선거에 참여하여 대통령과 국회의원을 비롯한 국가공권력 담당자들, 즉 국민을 위해 일할 일꾼을 엄선해야 한다.  주권자인 국민이 수천, 수만의 복잡하고 전문적인 개별정책을 입안하고 심의해서 결정하여 집행할 수 없기 때문에 행정 ․ 입법 ․ 사법 등의 중요 국가기관의 구성원들을 선출하여 그들로 하여금 일정한 임기동안 주인인 국민을 위해 열심히 충성 봉사하도록 일을 맡기는 것이 현행 헌법의 정신이며 원리이다.  선거 때 한 약속을 당선된 후에 헌신짝 버리듯이 할 공직 후보자는 선거판에 얼씬하지 못하게 만들어야한다. 학연 ․ 지연 등을 불 지펴 표를 얻으려 하거나 돈으로 표를 매수하려드는 후보자들은 결국 주인인 국민에게 씻을 수 없는 고통을 되돌리는 자들이기에 제대로 된 주인이라면 이들을 엄하게 꾸짖을 줄 알아야한다. 국민이 주인으로서 잘못된 정책을 표로 심판하고 정치가들의 책임을 엄하게 묻고 따지는 모습을 보일 때 일꾼들은 주인을 무서워하며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섬기게 될 것이다.


둘째, 언론 출판 집회 결사 등의 정치적 기본권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서 국정전반에 건전한 비판을 할 줄 알아야 한다. 주인을 주인으로 모시기를 꺼리는 소위 정치꾼들은 선거가 끝난 후 국민을 통치의 대상으로 본다. 그렇기 때문에 주인인 국민은 선거 때 투표권을 올바르게 행사하는 것 못지않게 평상시 권력자를 감시하고 비판하며 국민을 위해 일하도록 견인하는 주인노릇을 제대로 해야 한다. 대통령을 수반으로 하는 행정부가 미래형성적인 정책을 제대로 수행하는지 끊임없는 건설적 비판을 해야 한다. 입법부나 사법부를 비롯한 중요 국가기관과 지방자치권력까지 모든 권력기관은 투명하게 국민 앞에 감시되고 비판되어짐으로서 국민을 위한 투명한 공적 권력이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각 분야에서 전문성과 능동성을 갖춘 시민들로 구성된 시민단체의 건전한 활동이 보장되고 활성화되어야 한다. 다양한 가치관과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시민사회의 성숙과 공존이 공감대적 가치질서인 헌법체계 안에서 활성화 될 때 그 사회는 안정되고 관용적이며 되며 공공성도 확립될 수 있다. 


셋째, 정당 정치가 확립될 수 있도록 건설적 비판과 참여가 필요하다.  복수정당의 존재의미는 국민을 위해 서로 다른 정책을 놓고 상호 비판하고 경쟁하는데 있다. 국민은 정당들이 국가와 국민을 위해 치밀하게 잘 짜여진 정책을 책임감 있게 제시하며 품위 있는 정책대결을 해나갈 수 있게 견인해야 한다. 정당간의 비판과 경쟁과정을 통해 나라의 주인인 국민을 위하는 정책, 국민이 원하는 정책을 내세우고 수행할 수 있는 정당에게 주권자인 국민이 일정 기간 국가권력을 맞기는 것이 바로 대의민주정치이기 때문이다.  특히 야당은 건설적 비판적 기능에 철저해야 한다.  야당의 존재 이유가 대안있는 비판을 통해 국민의 신임을 얻어 정권을 획득하는 데 있고 이러한 정권의 교체가능성이 담보됨으로써 권력의 견제균형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제헌절에 국민 모두가 국가생활의 기본원리인 국민주권을 깊이 생각해보았으면 좋겠다. 통일을 준비하는 우리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의 기본질서에 충실한 강력하고도 성숙한 민주국가로 발전해 가야한다.  제 62회 제헌절을 보내면서 헌법제정권자인 국민이 주권자로서 참 주인으로서 대접받고 또 그렇게 대접받으려면 어떻게 주인으로서의 역할을 할 것인지 깊이 성찰하며 다짐하는 우리 모든 국민이 되길 바래본다.

 

(KPI칼럼 게재일: 2010.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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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I 칼럼

 

천안함 사건이후 북중관계

 

 

김흥규 (KPI 연구위원, 외교안보안구원 교수)

 


  

1. 문제제기

 

2010년 3월 26일 저녁 대한민국 해군의 1200톤급 함정 천안함이 침몰하였다.  현재 사건의 원인을 규명하기 위하여 합동조사단이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또한 감사원은 국방부, 합동참모본부, 해군작전사령부를 포함한 관련 부대를 대상으로 지휘/보고 체계가 정상적으로 가동했는지를 집중 조사하고 있다.  합동조사단과 감사원의 결과는 천안함 사건의 원인과 대응을 둘러싼 의혹을 해소하는데 기여할 것이다. 


천안함 사건의 원인과 대응과정에 대한 조사가 진행되는 시점에서, 북․중관계가 큰 관심을 끌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상해엑스포를 경축하기 위하여 4월 30일 중국을 방문하였다. 이 대통령이 후진타오 주석에게 천안함 사건과 관련한 한․중 공조를 요청한 지 3일 후, 북한 김정일 위원장은 중국을 방문하였다. 김 위원장의 방문은 사전에 예정되어 있었을 텐데, 중국 측은 이에 관해 이명박 대통령에게 어떠한 언질도 주지 않았다. 이러한 중국의 태도에 대해 한국 정부는 물론이고 조야에서 중국에 대한 섭섭함, 불만 등이 광범위하게 제기되었고, 급기야는 한국의 통일부 장관이 공개적인 석상에서 장신썬 주한 중국대사에게 중국의 책임 있는 태도를 요청함으로써 상호 불편한 상황을 노출하기도 하였다. 최근의 사태전개는 한․중 관계가 한․미 동맹 대 북․중 동맹의 대결시기로 회귀하는 것이 아닌 가하는 우려(희망)마저도 표출되고 있다.


이처럼 상호 불유쾌한 상황이 발생한 것은 최근 들어 한국 내 중국에 대한 기대 수준이 그만큼 높아진 것을 반영한 것 일수도 있다. 한․중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의 형성, 양국 간 무역, 경제협력 및 교류의 수준을 고려할 때, 그리고 중국 방문 직전 이 대통령이 한중 FTA추진에 대한 전향적인 태도를 표명하여 이에 상응하는 중국의 행동에 대한 기대감이 그 만큼 컸다.


그러나 천안함 사건이후 한․중관계에 야기된 미묘한 긴장은 향후, 천안함 문제의 대응, 북핵문제의 해결의 측면에서 도움이 되지 않을 뿐 아니라, 중장기적인 국익 차원에서도 부정적인 여파가 크다. 이는 한․중 양국이 모두 원하지 않는 결과일 것이다. 천안함 사건 관련 중국의 태도 및 북․중 관계, 그리고 한국에 주는 함의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기존 중국의 대 한반도 전략 및 북․중 관계를 보다 근본적으로 이해해 볼 필요가 있다.  


 


2. 북핵문제와 중국의 대북전략

 

중국이 1992년 한국과 수교한 이후 일관되게 추진하고 있는 한반도 정책의 핵심은 중국의 국가발전을 위해 필수적인 조건인 한반도의 안정을 확보하는 것이다. 이를 위한 주요한 수단으로서 중국은 남북한에 대한 등거리 외교를 바탕으로 남북한 관계의 안정 더 나아가서는 한반도의 안정을 꾀하고 있다.


2006년 10월 북한이 중국의 명백한 경고에도 불구하고, 제1차 핵실험을 단행하자, 중국은 국가 간의 외교용어로는 좀처럼 쓰지 않는 용어인 "제멋대로(悍然)"라는 표현까지 사용하면서 북한의 핵실험 및 보유에 대한 반대의사를 단호하게 표명한 바 있다. 그러나 내부의 토론 과정을 거치면서 기존에는 상충하던 정책목표들의 우선순위가 분명해 졌다.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유지를 최우선 목표로 설정하고, 북한의 안정을 위해 북한 김정일 정권의 생존을 돕고, 한반도 비핵화의 원칙을 추진한다는 순서로 정책우선순위를 정립하였다. 물론 이 모든 것은 중국 안보 및 경제발전에 부정적인 파급효과를 최소화하면서 한반도에서 중국의 정치적 영향력을 극대화하기 위한 중국의 이해관계를 반영한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중국은 국가 발전을 위하여 미국과 협력체제를 구축하고 국제사회에 책임 있는 신흥강대국의 모습을 보여주려 노력하고 있어 북한의 핵무장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현실적인 이해관계의 측면에서도 북한의 핵무장이 동북아 군비경쟁을 촉발하는 것은 물론이고, 중국내 테러주의자들에게 대량 살상무기의 확산가능성 때문에 북한의 핵무장에 대해 대단히 부정적인 입장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반도의 안정 및 북한 체제의 안정이 더 중요한 것은 이 문제가 중국의 경제발전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할 것이고, 궁극적으로는 중국의 불안정성이 더 악화되면서 중국의 사회정치적 안정은 물론이고 중국 공산당의 통치정당성을 위협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체제의 안정성 유지는 한반도 상황의 안정을 위해 필요한 조건이라 인식하면서, 비핵화 목표는 상대적으로 하위의 목표로 자리매김하였다.

 

중국의 강력한 반대표명에도 불구하고 2009년 북한이 제2차 핵실험을 단행하자, 중국은 제1차 핵실험 직후 채택한 UN 안보리 대북제재결의안 1718호의 수준을 넘어선 1874호를 채택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하였다. 이로써 중국은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서 역할을 다하고, 북한의 핵실험 및 핵무장에 반대하는 정책을 국제사회에 분명히 전달하고자 하였다. 동시에 중국 내에서는 대북 정책을 놓고 또 다시 격렬한 논쟁이 전개되었다. 인민일보의 자매지인 환구시보의 여론조사에 의하면, 중국 내 과반수에 달하는 전문가들이 강력한 대북제재에 찬성하였다. 특히 중국내 “신흥 강대국론”자들은 북한에 대한 재제는 물론이고 대북정책의 근본적인 전환을 촉구하였다.


중국의 제2차 북 핵실험에 대한 대응책은 외양적으로는 기존의 정책과 큰 차이가 드러나지 않았다. 북한의 변화를 위해 경제적 관여정책을 주요한 수단으로 하면서, 6자회담 복귀 및 비핵화를 위해 노력하고, 이를 위해 국제사회와 협력한다는 입장을 유지하였다. 그러나 내부적으로는 북핵문제를 북한문제로부터 분리하여, 북한문제에 우선적으로 집중한다는 전략을 채택하였다. 보다 극적으로 표현하자면, 북한이 설사 제3차 핵실험을 단행한다 할지라도 북․중관계가 이로 인해 크게 손상을 받지는 않을 것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중국은 북핵 위기가 악화되자 오히려 북핵문제의 우선순위를 낮추는 조치를 취하였다. 이러한 중국의 입장 정립은 북핵 포기에 대한 현실적 실현가능성에 대한 판단뿐만 아니라 보다 다목적적인 전략적 선택을 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실적으로 북한의 핵무장을 저지하거나, 북한이 외부의 압력에 굴복하여 핵무기를 포기할 개연성이 희박한 상황에서 북한과의 관계를 악화시키고 더욱 통제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몰고 가기보다는, 북핵 문제는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별도로 압력을 종용하면서도, 북한과 관계 강화를 지속하여 궁극적으로는 대북 영향력을 확대하겠다는 생각이다. 이 단계에서 북한에 대한 압박은 한반도를 더욱 불안정하게 만들고, 최악의 경우에는 북한의 체제붕괴도 가져올 수도 있다는 판단이다. 물론 그 결과는 중국이 우려하는 다양한 부정적인 시나리오가 가능하고 중국의 역내 영향력을 상실할 개연성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았다.


중국이 북한의 정권 유지를 중시하는 또 다른 이유는, 비록 감소추세에 들어섰기는 하지만 북한의 전략적 효용성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것을 간과할 수 없다. 북한이 역내 불안정을 야기할 요인들을 다수 안고 있고, 미중관계를 훼손한다는 우려도 강하지만 양날의 칼처럼 다른 효용성도 동시에 지니고 있다. 즉, 미국과 중국은 상호 전략적 협력관계를 강화하고는 있지만 여전히 양국 사이에 강한 불신이 존재하며, 궁극적으로 대만문제가 존재하는 한, 대만관련 카드로 사용할 수 있는 북한을 포기하기 어려울 것이다. 또한 북한이 북핵 협상 및 한반도 평화체제로의 전환과정에서 한․미동맹의 약화, 주한미군 철수, 주한 미군 포함 주변지역의 비핵화를 달성하게 해 준다면 이는 남의 힘을 빌어서 목적을 달성하는 36계의 승전계중 하나인 제3계 차도살인(借刀殺人)계를 구사할 수 있는 수단이 될 수도 있다. 상황에 따라서 북한의 전략적 효용성은 증대될 수도 있기 때문에 여전히 포기할 수 없는 카드이다. 중국이 현재 취할 수 있는 전략적 선택이란 북한이 중국의 핵심이익을 위협하지 못하도록 상황을 관리하면서, 동시에 북한을 전략카드로 남겨두는 것이다.


 


3. 북한의 대중전략과 김정일 방중


북한의 목표는 핵무기를 보유한 상황에서 국제적 인정을 받고, 2012년 강성대국의 문을 여는 것이다. 현 단계에서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고 싶은 의사는 거의 없다고 봐야 할 것이다. 북한이 의미하는 핵문제의 해소란 북한의 핵보유를 인정받는 것에서 시작하는 것이다. 북한은 국내외적으로 어려운 상황에도 불구하고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고, 외부로부터 경제지원을 획득하여 국내정치를 안정시키면서, 상황을 타개해 나가는 전략이 무엇인가를 고민할 것이다.


2010년 북한 대외전략의 핵심은 36계의 제1계 승전계인 만천과해(瞞天過海)의 전략일 것이다. 북한은 국제사회에 궁극적인 비핵화 목표에 대해서는 개방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는 희망(착각)을 안겨주면서, 각국의 이해관계의 틈을 노려 평화와 협박 공세를 적절히 구사하여, 북한이 현 경제적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지원 및 우호적인 국제적 환경을 이끌어 내려하고 있다. 이 전략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대중관계의 강화가 필수적인 요건이다. 북한은 중국과 우호적인 관계강화를 통해 중국을 대외적 보루(城)로 삼으면서, 동시에 국내적으로 필요한 물적 자원을 획득하고, 북핵 게임을 진행하기 위한 전략자산을 확보하려 하고 있다.


북한은 2009년 하반기 이후 북․중관계를 강화하면서, 2010년 들어 중국 측에 이미 6자회담 복귀의사를 긍정적으로 밝힌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김정일 위원장의 방중도 추진하였다. 북한은 북․미 직접대화를 추구하면서, 상황이 허용하는 이익을 최대한 수확하려 한다. 6자회담과 더불어 북․미대화가 재개되면 북한은 미․중간의 전략적 불신을 활용하여 상호 이간을 통해 자신의 핵무장을 달성하려는 이간계(異間計)도 아울러 구사할 것이다. 미국에 대해서는 여러 경로를 통해 중국에 대한 견제 역할을 제의하면서도, 중국과는 군사교류를 강화하여, 자신들이 국제적으로 고립되어 있지 않으며, 군사적으로도 우방이 존재한다는 것을 과시하려 한다.


하지만 2010년 초 북한의 기대와는 달리, 중국은 북한이 희망하는 국제적․경제적 지원을 보장해주지 않고 대단히 신중한 태도를 취했으며, 미국은 핵확산 방지의 차원에서 북핵문제 접근, 한국과의 관계 고려, 과거 경험에 대한 반성 등의 요인으로 북한에 대해 원칙론적인 태도를 유지하였다. 이러한 정세에서 북한은 자신의 전략에 차질이 생겼음을 감지하였을 것이다.


아직 구체적인 증거가 나타난 바가 없어 속단하기는 이르지만, 만약 천안함 사건이 북한과 결부된 것이라면, 이는 우선 김정일의 군부에 대한 배려, 국내정치안정 효과, 그 국제적 효과에 대한 긍정적 판단 때문일 것이다. 국제적 효과에 대한 긍정적 판단이란, 첫째, 한국군이 군사적 대응을 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점과 남․남 갈등 유발, 둘째, 중국은 결국 북한과 관계를 강화하는 정책을 채택할 것이라는 판단, 셋째, 미국을 협상장으로 유인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과정에서 미․중관계, 한․중관계 더 나아가서는 한․미관계가 갈등을 일으킨다면, 이는 혼란을 일으켜 필요한 목적을 달성하는 [혼수모어(混水摸魚)]의 전략을 달성하는 것이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우선, 김정일 위원장이 이러한 정책을 결정하게 된 북한권력 내부의 동학이다. 이는 북한권력 내부의 합의의 소산이라기보다는 화폐개혁이후 악화된 권력간 갈등의 일시적 무마시도일 개연성이 크다. 둘째, 한반도에서 전쟁을 유발할 수도 있는 군사적 모험을 감행한 김정일 정권이 합리적 정책판단이 가능한 가에 대한 본질적인 물음이다. 셋째, 그 만큼 북한의 내부 정치․경제적 상황이 긴박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김정일의 방중 역시 이러한 상황의 긴박성을 반영하고 있다.


현재의 상황을 놓고 볼 때, 북한의 입장에서는 혼란을 일으킨 데(混水)는 제한적으로는 성공한 것으로 보이나 그 목적 달성(摸魚)의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중국 측은 국제적인 주시와 한국 측의 불만이 예상되는 가운데 김정일 위원장의 중국 방문을 성대하게 맞았다. 그러나 김정일 위원장의 방중 결과는 북․중 양국 간에 오간 화려한 수사와 행적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원하는 것을 얻기보다는, 오히려 중국의 대북 영향력 및 견제력 확대라는 결과를 북한이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인 듯하다. 북한은 당초 예상한 6자회담에 대한 주도권을 획득하지 못했을 뿐 만 아니라, 한반도 안정과 관련한 중국 측의 강경한 입장을 전달받았을 것이고, 필요한 경제지원도 충분히 얻지 못했을 개연성이 크다. 대신, 북한의 대외정책은 물론이고 내정에 대한 중국의 개입의지를 확인하였다. 북한의 입장에서는 과히 유쾌하지만은 않은 결과로 보인다.

     

 


4. 북․중관계 전망


2010년 중국의 대북한 전략은 세계적인 금융위기이후 중국의 외교가 국제무대에서 G-2라 불릴 정도로 적극성을 띠는 이미지와는 다소 다른 특징을 보여준다. 북핵문제를 북한 문제에서 분리하기로 한 결정에서 엿보이듯이, 북한 및 북핵에 대한 중국의 입장은 중국의 일반외교 행태보다도 더욱 보수적이고 현상 유지적인 형태의 정책을 유지할 전망이다.   


2010년 북․중간 관계는 현상적으로는 양호한 상태를 유지할 것이다. 북한이 핵을 보유하기로 결심한 것을 중국이 단기적으로는 직접적이고 강압적인 방식으로 도전하지 않을 것이며, 북한 역시 당면한 경제적 어려움과 국제적 고립에서 탈피하기 위해 중국의 지원을 필요로 하고 있다. 김정일은 후계체제 구축과정에 대한 중국의 이해를 구하고, 대외적으로는 유연한 제스처를 보이면서 중국의 지지 획득 및 이를 국내외적으로 과시하면서 거둘 수 있는 최대한의 이익을 획득하려 할 것이다. 중국의 이해를 받아들여 6자회담의 개최에 대해서도 보다 긍정적인 자세로 나올 개연성이 크다.


중국은 2010년 5월 상해 박람회가 개최되고, 중국의 내구적 안정성은 여전히 문제가 크고, 미․중간의 갈등요인을 통제하기 위해, 상황을 더 악화시킬 북한 변수의 영향력을 최소화하려 할 것이다. 경제적 관여 정책을 통하여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북한이 한반도 안정을 해치는 상황을 억제하고, 또한 북한 세습과정에서 북한체제가 불안정하게 전락하지 않도록 경제적 지원을 할 필요가 존재할 것이다. 이를 위하여 김정일 등 북한 지도부와 교류를 강화하여 영향력을 확대하려 할 것이다. 향후에도 경제지원 패키지를 통해 북한을 회유 및 설득하며, 북한의 체면을 고려하면서도 비공개적인 압력 및 협박을 병행하는 정책을 채택할 것이다.


단, 최근 중국 내부에서는 북한의 급변사태 가능성 등에 대한 관심이 늘어났다. 중국 당국이 북한 급변사태에 대해 제3자와 대화를 나누는 것은 불가하다는 공식적인 입장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급변사태에 대한 언급이 비공식적으로 흘러나오고 있다.  최근 SBS 방송에서 불거져 나온 미․중간의 대화시도 역시 그 실체가 존재하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이미 북한의 급변사태에 대한 대응방안을 수립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북한의 체제불안정 상황 및 김정일 후계체제의 수립과정에서 중대한 영향력을 발휘할 북한 군부와 의사소통 및 영향력을 강화하려 하고 있다. 2009년 하반기부터 북․중 간의 군사교류는 확대되고 있으며 향후에도 그 필요성은 지속될 것이다.


중국의 대북정책은 북한의 핵무장을 현실적으로 저지하기 어려운 상황을 전제하고 있다. 북한과의 관계를 악화시키고 더욱 통제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몰고 가기보다는, 북핵 문제는 별도로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압력을 종용하면서도, 북한과의 관계 강화를 지속하여 궁극적으로는 대북 영향력을 확대하겠다는 정책을 채택하였다. 단, 대규모의 대북지원은 북한에 대한 인센티브로서 약속하되 그 실제적인 이행은 북핵문제에 대한 북한의 협력정도, 국제정치적 상황, 북한의 국내 상황에 따라 연동시키는 연계전략을 느슨하나마 구사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일반적으로 인식하는 바와는 달리 중국이 무조건적으로 북한에 대한 경제지원을 강화할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5. 천안함 사건과 한․중관계


천안함 사건은 중국의 대북정책 및 북․중 관계의 큰 골격에 상당한 도전요인이 될 수 있다. 이는 중국의 대 한반도 정책에 있어서 가장 중시하는 한반도의 안정을 해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 입장에서 북핵문제는 어느 정도 관리가 가능하다고 평가할 수 있으나, 천안함 사건과 같은 사안은 언제든지 통제불능 상황으로 확전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에 직면하여 중국의 예상대응은 다음과 같다.


우선, 이 사안을 대단히 민감하고 중요하게 인식하고, 신중하게 다루려 할 것이다. 이는 중국이 왜 천안함 사건 발생이후 오랜 침묵의 시간을 가졌는지를 설명한다. 북한의 행위임이 입증될 경우, 중국은 이러한 행동에 대한 반대의사를 분명히 표명하고, 북한에 대해서는 다양한 경로를 통해 유감과 경고를 전할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는 중국의 입장이 한국의 입장에 반드시 배치되는 것은 아니다. 중국의 지지를 이끌어 내기 위해서는 한국이 어떻게 국제사회가 납득할 만한 물증을 제시할 수 있는 지가 관건일 것이다. 후진타오 주석이 이명박 대통령과 회담시 강조한 “객관적인 조사”는 이런 측면에서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입증이 안 되고 심증만 존재할 경우, 북한에 대한 공식적인 비난을 자제할 것이다. 현재 북한이 중국 측에게 여러 경로를 통해 천안함 사건과 관련하여 북한의 개입을 전면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서, 물증이 나타나지 않는 경우 중국이 북한에 대해 책임을 묻는 것은 어려울 것이다. 단, 비공식적인 차원에서라도 북한이 알아들을 수 있는 방식을 통해 한반도의 안정을 해치는 행위에 대해서는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할 것이다. 


명백한 물증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한국이 이 문제를 UN으로 가져가 국제제재를 가하려 할 경우, 중국은 결국 동참할 것이다. 단, 이 경우, 제재의 수위는 미국의 태도가 중요하며, 미국의 입장에 따라 중국의 대북 제제 수위가 조절될 것이다. 그러나 한국 측이 군사행동을 취하거나, 추가적으로 한반도의 불안정성을 확대할 행동을 취하는 것에 대해서는 반대의 입장을 분명히 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중국이 두려워하는 한반도 상황의 불안정성과 불확실성 증가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동시에 주목할 점은 천안함 사건이 한반도에서 중국의 전략적 이해와 상황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킨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따라서 중국은 제2차 북 핵실험의 경우와 같이, 궁극적으로는 천안함 사건과 북․중관계를 분리하여 대응하려 할 것이고, 미국도 이와 유사한 접근을 할 개연성이 충분히 존재한다. 이는 천안함 사건의 원인규명에 따라 달라 질수도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천안함 사건을 넘어 6자회담을 추진하는 정책을 채택할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이 사안은 한국과 민감한 문제가 걸려 있어, 다소 신중한 태도를 취하면서 접근할 것이다.


현 단계에서 한국이 해야 할 일은 차분하고 냉정하게, 중국은 물론이고 국제사회가 납득할 만한 원인을 찾아내는 일이며, 이에 기반 하여 필요한 조치들을 분명하게 취하는 일이다. 그러나 이 조치는 미국과 중국이 납득할 만한 수준에서 이뤄질 수밖에 없으며, 이러한 조치의 범위, 즉 미․중 이해의 교집합의 범위가 우리의 이해에 최대한 부합하도록 외교적 노력을 경주할 필요가 있다.


여기서 주의해야 할 일은 천안함 및 6자회담과 관련한 대응과정에서 주변 주요 강대국 특히 미․중과 갈등하는 양상을 피 하는 것이다. 이는 북한이 원하는 결과(摸魚)를 달성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천안함 문제는 물론이고 6자회담의 개최에 대해서도 미국과 공조를 굳건히 하고, 중국과도 불필요한 갈등보다는 협력할 수 있는 방안을 진지하게 모색해야 할 필요가 있다. 중국의 이해관계가 우리의 이해관계와 일치한다고 할 수는 없지만, 김정일의 방중에서 드러나듯이 중국의 대북정책이 반드시 우리의 이해와 일치하지 않는다고 전제할 필요도 없는 것이다. 이제 우리는 한․미관계는 상수이고 한․중관계는 변수인 차원을 넘어, 한․미 및 한․중 관계가 모두 상수인 것을 전제한 사고가 필요한 시점이다.

 

 

(KPI칼럼 게재일: 2010. 05.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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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I 칼럼

 

세금에 대한 몇 가지 단상

 

 

안창남 (KPI 연구위원,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

 


  

1. 세금과 정치

 

  기독교인이든 비 기교독인이든지 간에 한국에서 세금을 즐겨내고자 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그저 내라고 고지서가 나오니까 하는 수 없이 내고는 몇 마디 투덜거리는 정도다.  반면, 절세와 세금 환급 소식은 언제나 환영을 받는다.  세금을 덜 내거나 감면받기 위하여 세무사의 고용하는 정도를 지나, 검은 돈이 오가는 경우마저 있다.

 

  최근 미국에서 상속세 폐지를 하자고 하니까 갑부인 빌게이츠가 이 세금을 폐지하면 안 된다고 주장을 한 적이 있다.  독일에서 정부가 감세를 하니까 그 남는 돈으로  '헛된 짓'을 하게 될 우려가 있어서 세율을 다시 올려달라고 하는 운동이 있었다.  주어진 세금을 제대로 납부하는 정도를 넘어, 세금을 올려 달라는 운동이 왜 외국에서는 일어나는가?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운동이 가능할까?
 

  많은 사람들은 세금이 인류역사를 좌지우지했던 요인이라는 사실을 모르고 있다.  몇 가지 사건을 간추리면 수세(水稅)의 과다한 징수로 촉발된 동학농민운동이 결국 조선의 운명을 마감시킨 사건, 인도에서 수입된 차(茶, tea)에 대한 영국관세의 횡포에 대응하여 일어난 미국독립전쟁 등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마그나 카르타(Magna Carta)의 주된 내용도 실은 세금문제이고, 프랑스 대혁명도 이 범주에 포함된다.  심지어 김일성이 해방이후 북한에서 인기몰이를 할 수 있었던 주된 요인도 '세금을 없앤다'는 공약이었다.  북한주민들은 세금 감면 공약에 환호작약(歡呼雀躍)하면서 김일성 정권을 지지했었다.



2. 복잡하고 미묘한 세금정책


  세금정책이 잘못되면 정권이 바뀌는 정도가 아니라 나라 자체가 없어질 수도 있다. 국가가 세금을 적게 거두거나 능력보다 더 크게 일을 하려면 재원이 필요한데, 세금으로 충당되지 아니하면 외국에서 돈을 빌리거나, 국채를 발행하는 방법밖에 없다. 그런데 이 방법들에 대해 현재 정권을 담당한 자는 부담을 느끼지 않는다. 이를 갚는 것은 다음 정권 또는 다음 세대가 감당할 몫이기 때문이다.


  재미있는 것은 국민들의 세금에 대한 '양면성'이다. 대부분의 국민은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어야 한다.'는 점에 동의를 하지만, 그게 자신의 일이 된다면 별로 기분 좋아할 사람이 '거의'없다는 점이다. 그래서 세제의 원활한 운영이 더욱 요구되는지 모른다. 예를 들어,  누구든 환경의 소중함 때문에 '환경세'를 신설하는 것에 동의한다.  하지만, 그 환경세를 나보고 납부하라고 한다면 '고개를 젓거나' 또는 '회피'를 하게 되며, 글줄이나 읽는 사람은 환경보호를 위한 재원마련은 '정부조직의 축소'를 통해서 하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얼마나 이율배반적인가!


  현 정부는, 자의든 타의든, 세금을 더 거두는 것 보다는 오히려 덜 거두고자 하는 이른바 '감세정부'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 그러니까 조세저항을 받을 만한 소지가 없는 것이다.  그런데 괜찮을까? 가정도 빚이 쌓이면 넉넉함과 윤택함과 여유를 잃어버리듯이 국가 살림살이도 매양 마찬가지이다. 자고로 돈의 정책에 한 보수적인 태도가 잘못된 적은 없었다. 따라서 현 정부의 재정적자 정책은 수정될 필요가 있다.



3. 감세논쟁에 대해 


  우리나라에서 국가가 일 년 동안 걷는 세금은 약 170조 원 정도 된다. 이를 국민 1인당 기준으로 하면 약 550만 원 정도가 되고, 4인 가족을 기준으로 하면 2,500만 원 정도로 추산된다. 그렇게 많이 냈다고 할 수 있지 모르지만, 이는 산술 통계적인 수치다.  소득 수준과 세금 납부를 분류하면, 소득 상위 20%가 전체 170조 원의 80%를 납부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만큼 우리 사회의 소득격차가 심하다는 이야기다.


  사정이 이러하니, 고소득자들은 소득세 세율을 낮추어달라고 하고 있다. 어쩌면 그들에게는 당연한 요구다. 그러나 그들의 요구가 반영되면 우리나라 세입예산은 100조 원대로 낮아질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도로건설도 줄여야 하고 국방비도 삭감될 수밖에 없다. 여기에 세제를 운영하는 정부의 고민이 있다. 선거 때 이들의 표도 얻어야겠고 4대강 사업도 해야겠고 서민중시정책도 펼쳐야겠는데 재원이 한정되어 있으니 말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납세자가 납부하는 수준은 적정한가? 이를 알아보는 지표가 「조세부담률」이다. 내가 번 소득에서 세금이 차지하는 비율인데, 우리나라가 약 21% 정도이고 서유럽 국가가 30% 내외이다.


  그러나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국민부담률」이다. 이는 세금에다가 4대 연금 및 보험을 더한 금액이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율이다. 서유럽국가는 약 45% 내외가 되고 우리나라는 28% 언저리에 있다.  국민부담률이 중요한 것은 그 지표가 사회복지수준을 나타내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는 모르지만 서유럽국가의 사회생활은 비교적 다른 나라보다 안정적이다. 유럽의 젊은이들은 월급의 반절을 국가에 납부하면서도 참는 이유는 자기 부모세대들이 은퇴이후에 연금과 의료보험혜택을 잘 받고 인생을 여유롭게 산 것을 눈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만일 우리나라 조세부담률과 국민부담률을 서유럽 수준으로 올린다고 한다면 국민들의 반응은 어떠할까? 쉽게 상상이 되지 않는다.



4. 미국식 시장경제주의 vs 유럽식 시장경제주의  


  이쯤해서 우리나라 사회체계의 미래와 세금정책을 한 번 생각해 보아야 한다.  즉, 완전한 경쟁이 보장되는 미국식 시장경제주의로 갈 것인가? 아니면 유럽식 시장경제주의로 갈 것인가?  전자는 시장의 기능에 경제를 맡긴다. 따라서 규제가 없고, 국가가 특별하게 관리할 것이 없어서 '작은 정부'의 구현이 가능하다. 반면 유럽식 시장주의는 시장의 자율성은 존중하지만 전자보다는 국가의 간섭이 더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큰 정부'가 되기 십상이다. 미국식 시장주의는 국민의 세금 부담률이 유럽식 시장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국가보다 상대적으로 낮다.


  따라서 현 정부의 서민경제중시 정책처럼, 우리나라의 사회체계가 유럽식이 되면  지금보다 더 많은 세금부담을 감수해야 한다. 세금을 많이 부담하지 않으면서 국가로부터 더 많은 것을 바라는 것은 무리라고 볼 수 있다.


  세금을 조금 부담하면서 국가로부터 받는 이익이 많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현재 우리나라 경제가 어려움에 처해 있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단기적 처방으로써 감세가 고려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우리 속담에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이 있다. 높이 떠있는 새가 멀리 보는 것이다. 장기적이고 대규모의 감세정책은 자칫 경제의 잠재성장을 위한 '종자'까지도 잃어버릴 수 있다. 


  양극화가 심화되면 될수록 사회는 불안해진다. 칼 마르크스처럼 '이상한' 사람이 나타날 수도 있다. 현재 경제여건을 감안한 일시적인 감세에 대해서는 달리 의견이 없지만, 지속적인 감세정책의 수립은 우리나라 경제체제에 대한 사회적 담론 형성 뒤에 해도 늦지 않다고 생각한다.

 

 

5. 그렇다면 통일비용은 준비되어 있는가?


  우리나라 헌법은 통일을 지향하고 있다. 언젠가는 해야 될 일이다. 그런데 그 비용은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 국고에 저금해둔 돈은 있는가? 결론은 부정적이다. 통일비용에 대한 연구결과를 요약하면 약 1,000조 원 정도 예상된다고 한다. 이는 2010년 예산의 5배에 달하는 금액이다. 물론 통일비용이 들어가는 것이 통일되는 한해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약 20년 동안 소요된다고 하면 매년 50조 원 정도가 소요되는 막대한 금액이다.


  한국교회가 기도시간마다 조국의 통일을 위해 기도는 하고 있지만, 정작 비용마련에 대한 준비를 했는지 점검해볼 일이다. 더군다나 감세정책이 계속되는 이상, 국가예산을 통한 정상적인 통일비용의 마련은 불가능하다. 대안은 통일채권이나 통일펀드를 국내 및 국외에서 발행하여 자금을 조달하는 것인데, 통일의 그 어수선한(?) 과정에서 해외투자가들이 선뜻 이들 채권을 사줄지는 의문이다.


  우리는 통일을 준비하고 있는가?  북한의 불안정성이 높아진 현 시점에서, 우리는 통일비용을 마련하기 위한 세금정책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  교회도 통일비용을 마련하기 위한 방책을 심도있게 논의해야 한다.  우리가 통일을 준비되지 않는 상태에서 북한의 급변사태는 우리의 소원과 다른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정치외교나 군사에 문외한인 사람의 이런 걱정이 괜한 헛수고이길 바란다.

 

(KPI칼럼 게재일: 2010. 05.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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